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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방식 읽는 시간 4분

외주 견적이 업체마다 몇 배씩 차이 나는 진짜 이유

같은 아이디어를 들고 갔는데 견적이 업체마다 몇 배씩 달라요. 누가 바가지를 씌운 걸까요? 대부분은 아니에요. 각 업체가 머릿속에 서로 다른 서비스를 그렸기 때문이에요. 견적을 받기 전에 대표님이 먼저 정해 둘 것들을 기획자 시선으로 이야기해요.

견적서 세 장을 들고 오신 분이 있었어요. 같은 아이디어를 설명했는데 가장 싼 곳과 가장 비싼 곳이 몇 배 차이가 난다고요. 「어디가 바가지인가요?」라고 물으셨어요.

저는 견적서를 나란히 놓고 보다가 이렇게 말씀드렸어요. 「세 곳 다 정직하게 쓴 것 같아요. 다만 세 곳이 서로 다른 서비스를 견적 냈어요.」

견적이 크게 갈리는 건 가격이 달라서가 아니라, 업체마다 머릿속에 그린 서비스가 달라서예요.

「회원가입」 한 줄에 숨은 차이

아이디어를 설명할 때 우리는 보통 이렇게 말해요. 「회원가입하고, 상품 올리고, 결제하는 서비스예요.」

격자 머리 캐릭터가 돋보기로 카드 한 장을 비추자 그 아래 숨은 카드와 부품이 잔뜩 드러나는 장면
「회원가입」 한 줄 아래에도 정할 것이 많이 숨어 있어요

이 한 문장을 들은 업체 A는 이메일 가입 하나를 떠올려요. 업체 B는 카카오·네이버 간편 로그인에 본인 인증까지 떠올려요. 업체 C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따로 가입하고, 판매자는 서류 심사까지 받는 구조를 떠올려요.

셋 다 「회원가입」이에요. 그런데 만드는 양은 전혀 달라요. 상품 올리기, 결제도 마찬가지예요. 같은 말 안에 작은 집부터 큰 건물까지 다 들어갈 수 있어요.

같은 말 안에 서로 다른 서비스가 들어 있어요

업체는 빈칸을 어떻게 채우나요

정해지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업체는 그 빈칸을 스스로 채워요. 채우는 방식이 회사마다 달라요.

반반 캐릭터가 빈 설계도 앞에서 작은 오두막과 큰 저택을 동시에 떠올리는 장면
같은 빈칸을 보고도 업체마다 전혀 다른 집을 그려요
  • 낮게 채우는 곳 — 가장 단순하게 가정해요. 견적은 싸지만, 만들다 보면 「그건 범위 밖이에요」가 자주 나와요.
  • 높게 채우는 곳 — 나중에 생길 일을 미리 넣어 둬요. 견적은 비싸지만 추가 비용 걱정은 적어요.
  • 여유를 얹는 곳 — 모르는 만큼 위험 비용을 더해요. 범위가 흐릴수록 이 몫이 커져요.

누가 나쁜 게 아니에요. 정보가 부족하면 각자 자기 방식으로 위험을 처리할 수밖에 없어요. 결국 견적 차이는 대표님이 정하지 않은 부분의 크기를 보여 주는 숫자예요.

그래서 견적서를 받으면 금액보다 먼저 「무엇이 들어 있는지」를 보세요. 가장 싼 견적서와 가장 비싼 견적서를 나란히 놓고, 한쪽에만 있는 항목에 줄을 그어 보면 차이가 어디서 왔는지 금방 보여요. 대부분은 가격 차이가 아니라 항목 차이예요.

견적 전에 대표님이 먼저 정할 것

그래서 저는 견적을 받기 전에 아래 네 가지만큼은 꼭 대표님이 먼저 정하시라고 권해요. 자세한 기획서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방향만 정해져도 견적이 놀랄 만큼 모여요.

창업자와 기획자가 큰 보드에 포스트잇을 채운 뒤에 봉투를 보내려는 장면
견적을 받기 전에 정할 것을 먼저 채워 두면 견적이 맞춰져요
  1. 누가 쓰나요. 손님만 있나요, 판매자나 관리자도 있나요? 쓰는 사람의 종류가 하나 늘 때마다 화면이 거의 한 벌씩 늘어요.
  2. 첫 버전에 무엇이 있나요. 꼭 있어야 할 것과 나중에 해도 되는 것을 나눠 두세요.
  3. 화면이 몇 장인가요. 정확하지 않아도 돼요. 화면 이름을 쭉 적어 보면 업체가 같은 그림을 보게 돼요.
  4. 무엇을 하지 않나요. 「이번엔 앱 없이 웹만」, 「결제는 다음 버전」처럼 안 하는 걸 적으면 빈칸이 줄어요.

이 네 가지가 정해진 상태로 견적을 받으면, 업체들이 같은 서비스를 놓고 가격을 내게 돼요. 그때부터 비교가 의미 있어져요.

하나 덧붙이면, 이 네 가지는 업체가 대신 정해 줄 수 없어요. 업체는 어떻게 만들지는 잘 알지만, 대표님의 손님이 누구고 무엇을 포기해도 되는지는 몰라요. 그 판단을 업체에 맡기면, 업체는 자기에게 안전한 쪽으로 정할 수밖에 없어요.

싼 견적보다 맞는 견적

대기업에서 일할 때 외주 업체를 고르는 자리에 자주 앉았어요. 그때 배운 게 하나 있어요. 범위가 분명한 요청서를 보낸 프로젝트는 끝까지 큰 탈이 없었고, 범위가 흐린 요청서는 아무리 좋은 업체를 골라도 중간에 다툼이 생겼어요.

폴더 캐릭터가 파란 퍼즐 조각을 딱 맞는 자리에 끼워 넣는 장면
싼 견적보다 내 서비스에 맞는 견적이 결국 덜 들어요

견적은 가격표가 아니라 「우리가 이렇게 이해했다」는 답장이에요. 그 답장이 대표님 생각과 맞는지 먼저 보세요. 싼 견적이 대표님 서비스를 다 담고 있지 않다면, 그 차액은 나중에 추가 비용으로 돌아와요.

범위를 정하는 일이 막막하다면 플랜디 아이디어 인터뷰로 시작해 보셔도 좋아요. 질문에 답하다 보면 쓰는 사람, 첫 버전, 화면 목록이 저절로 정리돼요.

정리

  1. 견적 차이는 바가지가 아니라, 업체마다 다른 서비스를 상상했기 때문이에요.
  2. 정하지 않은 빈칸을 업체가 각자 채우면서 가격이 벌어져요.
  3. 쓰는 사람, 첫 버전, 화면 목록, 하지 않을 것을 먼저 정하면 견적이 모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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