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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방식 읽는 시간 4분

25년차 기획자가 AI로 직접 만들며 바뀐 일하는 순서

기획서를 넘기고 결과를 기다리던 기획자가, 이제는 AI와 함께 직접 만들어요. 일이 빨라진 것보다 더 크게 바뀐 건 일하는 순서였어요. 플랜디가 일하는 방식이 왜 지금 모양이 됐는지, 25년차 기획자의 시선으로 이야기해요.

저는 25년 동안 서비스 기획을 했어요.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웹과 앱의 화면을 그리고 기획서를 썼어요. 그 시절 제 일은 기획서를 넘기는 데서 끝났어요. 만드는 건 디자이너와 개발자의 몫이었고, 저는 결과를 기다렸어요.

지금은 달라요. AI와 함께 제가 직접 만들어요. 플랜디도 그렇게 만들었어요.

많은 분들이 「훨씬 빨라졌겠네요」라고 하세요. 맞아요. 그런데 더 크게 바뀐 건 속도가 아니라 일하는 순서였어요.

예전 순서: 다 정하고, 넘기고, 기다리기

예전에는 만드는 비용이 비쌌어요. 한 번 개발에 들어가면 되돌리기 어려웠죠. 그래서 기획 단계에서 최대한 다 정하려고 했어요.

기획자가 두꺼운 문서 더미를 작은 창구로 밀어 넣고 모래시계 옆에서 기다리고, 달력 캐릭터가 놀라 날짜가 흩날리는 장면
예전에는 다 정해서 넘기고, 결과가 올 때까지 기다렸어요

두꺼운 기획서를 쓰고, 회의를 몇 번씩 하고, 모두가 동의한 뒤에야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몇 주 뒤에 결과를 봤어요. 그때 「이게 아닌데」 싶어도 고치려면 또 몇 주가 필요했어요.

이 순서는 그 시절에는 합리적이었어요. 만드는 게 비쌌으니까, 생각을 앞에 몰아서 하는 게 맞았어요.

다만 그 방식에는 대가가 있었어요. 생각이 앞에 몰려 있다 보니, 실제 손님의 반응을 보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어요. 기획서가 완벽해질수록 출시는 늦어졌고, 출시한 뒤에야 처음 가정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되는 일도 있었어요.

지금 순서: 뼈대를 정하고, 작게 만들고, 바로 보기

AI와 함께 만들면서 만드는 비용이 크게 내려갔어요. 그러자 순서가 이렇게 바뀌었어요.

기획자가 뼈대 스케치를 그리는 사이 옆의 태블릿에 작은 앱이 바로 떠 있는 장면
지금은 뼈대를 정하고, 작게 만들고, 바로 봐요
  1. 무엇을 왜 만드는지 먼저 정해요. 누구를 위한 서비스인지, 첫 손님이 무엇을 하면 성공인지요.
  2. 화면 지도로 뼈대를 그려요. 어떤 화면이 있고, 누가 들어오고, 어떻게 이어지는지요.
  3. 핵심 흐름 하나만 화면설계를 하고 바로 만들어요.
  4. 직접 눌러 보고 다음 판단을 해요. 맞으면 넓히고, 아니면 뼈대로 돌아가요.

달라진 건 「다 정하고 만들기」가 「뼈대만 정하고 만들면서 정하기」로 바뀐 거예요. 만들어 보고 판단하는 고리가 몇 주에서 몇 시간으로 짧아졌어요.

다 정하고 만드는 대신, 뼈대만 정하고 만들면서 정해요

이 순서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4번이에요. 예전에는 기획서 속 화면이 실제로 어떻게 느껴질지 상상만 했어요. 지금은 바로 눌러 볼 수 있어요. 눌러 보면 문서로는 보이지 않던 어색함이 금방 드러나요. 버튼이 너무 멀다거나, 한 단계가 쓸데없이 길다거나요.

그런데 뼈대는 더 중요해졌어요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게 있어요. 만들기가 쉬워졌으니 기획은 덜 해도 된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제 경험은 정반대예요.

격자 틀로 받친 블록 탑은 튼튼하게 서 있고 틀 없는 블록 탑은 무너지는 장면
빨리 만들수록 뼈대가 더 중요해져요

만드는 속도가 빨라지면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속도도 같이 빨라져요. 뼈대 없이 AI에게 계속 요청하면, 하루 만에 화면이 수십 장 생기지만 서로 이어지지 않아요. 역할도 섞이고, 같은 기능이 두 번 만들어져요.

만드는 게 싸질수록, 무엇을 만들지 정하는 일의 값은 올라가요. 그래서 저는 예전보다 기획에 쓰는 시간을 줄이지 않았어요. 대신 문서를 꾸미는 시간을 줄이고, 판단하는 시간을 늘렸어요.

기획자로서의 역할도 조금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남이 만들 수 있도록 설명하는 사람이었다면, 지금은 만들면서 판단하는 사람이에요. 설명에 쓰던 힘을 판단에 쓰니, 결과물이 손님에게 더 가까워졌다고 느껴요.

이 순서가 플랜디가 됐어요

이 순서를 몇 번 반복하다 보니 깨달은 게 있어요. 제가 25년 동안 머릿속으로 하던 질문들을, 기획을 해 본 적 없는 분들도 순서대로 따라올 수 있게 만들 수 있겠다는 거였어요.

폴더 캐릭터가 노트·격자·태블릿 캐릭터를 이끌고 세 개의 디딤돌을 차례로 오르는 장면
아이디어 인터뷰, 화면 지도, 화면설계. 이 순서가 플랜디가 됐어요

그래서 플랜디는 세 단계로 일해요. 아이디어 인터뷰에서 무엇을 왜 만드는지 정하고, 화면 지도(IA)로 뼈대를 그리고, 화면설계로 핵심 흐름을 잡아요. 위에서 말한 제 일하는 순서를 그대로 옮긴 거예요.

각 단계에서 AI가 질문하고 초안을 만들어요. 하지만 고르고 버리는 건 대표님이에요. 저는 그게 맞는 역할 분담이라고 생각해요. 서비스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판단하고, 반복되는 정리는 AI가 맡는 거죠.

직접 만들어 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그 과정을 강의로도 풀어 두었어요. 기획부터 출시까지, 제가 실제로 일하는 순서 그대로예요.

정리

  1. AI로 직접 만들면서 바뀐 건 속도보다 일하는 순서였어요.
  2. 다 정하고 넘기던 방식에서, 뼈대만 정하고 만들면서 판단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어요.
  3. 만드는 게 싸질수록 무엇을 만들지 정하는 기획의 값은 오히려 올라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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