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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과 경험 읽는 시간 4분

화면설계부터 해야 할 서비스, 바로 만들어도 되는 서비스

모든 서비스에 화면설계가 꼭 필요한 건 아니에요. 바로 만들어 보는 게 더 나은 경우도 분명히 있어요. 25년 동안 화면을 그려 온 제가 둘을 가르는 기준을 정리했어요. 핵심은 고치는 값이 얼마나 비싼지, 그리고 여러 사람이 같은 그림을 봐야 하는지예요.

화면설계를 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하면 의외일 수 있지만, 저는 모든 서비스에 화면설계가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AI로 몇 시간 만에 화면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지금은 더 그래요. 그려 보는 것보다 만들어 보는 게 빠를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시작하기 전에 늘 한 가지를 따져요. 잘못 만들었을 때 고치는 값이 비싼가, 싼가. 이 질문 하나로 대부분 갈려요.

바로 만들어도 되는 서비스

아래에 해당한다면 화면설계 없이 바로 만들어 보셔도 괜찮아요.

포스트잇 캐릭터가 스톱워치 옆에서 작은 한 장짜리 진열대를 금세 만드는 장면
한 장짜리 소개 페이지는 바로 만들어 보는 게 빨라요
  • 나 혼자 쓰거나, 아주 적은 사람이 쓴다. 틀려도 내가 바로 알아채고 고칠 수 있어요.
  • 화면이 몇 장 안 된다. 머릿속에 전체가 다 들어오는 크기예요.
  • 돈이나 개인정보가 오가지 않는다. 실수해도 누군가 손해를 보지 않아요.
  • 목적이 「되는지 보기」다. 아이디어가 먹히는지 확인하려고 만드는 시험작이에요.

이런 서비스는 만들면서 생각하는 게 오히려 나아요. 화면을 그리는 시간에 한 번 더 만들어 보고 버리는 게 배우는 게 많아요.

다만 조심할 게 하나 있어요. 시험작이 손님을 받기 시작하면 더 이상 시험작이 아니에요. 그 순간부터는 아래 조건에 해당하는지 다시 따져 봐야 해요. 시험으로 시작한 서비스가 그대로 본서비스가 되면서 탈이 나는 경우를 자주 봐요.

화면설계부터 해야 하는 서비스

반대로 아래에 해당한다면 만들기 전에 화면을 먼저 그려 두시길 권해요.

격자 머리 캐릭터가 빈 화면 설계 종이를 방 구조처럼 이어 붙이고 클립보드 캐릭터가 점검하는 장면
화면이 많고 서로 이어진 서비스는 설계부터 해요
  • 쓰는 사람이 여러 종류다. 손님, 판매자, 관리자처럼 역할마다 보는 화면이 달라요.
  • 돈이 오간다. 결제, 환불, 정산이 들어가면 한 화면의 실수가 실제 손해로 이어져요.
  • 다른 사람이 만든다. 외주 업체나 개발자에게 맡긴다면 같은 그림을 봐야 해요.
  • 한 번 열면 되돌리기 어렵다. 손님이 이미 쓰기 시작한 흐름은 바꾸기가 훨씬 어려워요.

공통점은 고치는 값이 비싸다는 거예요. 종이 위에서 고치면 지우개 한 번이지만, 만든 뒤에 고치면 화면과 데이터를 함께 뜯어야 해요.

종이 위의 수정은 지우개 한 번, 만든 뒤의 수정은 공사예요

헷갈린다면 이렇게 물어보세요. 「이 화면이 틀리면 누가 손해를 보나요?」 나 혼자라면 바로 만들어도 되고, 손님이나 함께 일하는 사람이라면 먼저 그려 두는 게 좋아요.

「여러 사람이 같은 그림을 봐야 하는가」

제가 대기업에서 일할 때 화면설계서가 가장 큰 힘을 발휘한 순간은, 그 문서가 「다 같이 보는 하나의 그림」이 될 때였어요. 디자이너, 개발자, 운영 담당자, 결정권자가 같은 장을 보고 이야기할 수 있었거든요.

창업자·기획자·반반 캐릭터가 벽의 큰 설계 화면을 함께 올려다보는 장면
여러 사람이 같은 그림을 봐야 한다면 화면설계가 먼저예요

혼자 AI로 만드는 경우에도 이건 똑같이 적용돼요. 이때 「여러 사람」 중 하나는 AI예요. AI는 대화가 길어지면 앞에서 정한 걸 잊어요. 화면설계가 있으면 매번 같은 그림을 다시 보여 줄 수 있어요.

그리고 또 하나의 「사람」은 한 달 뒤의 대표님이에요. 왜 이 화면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기억이 안 날 때, 그려 둔 화면이 답을 줘요.

화면설계가 무엇을 그리느냐도 중요해요. 저는 예쁜 그림보다 「이 화면에 무엇이 있고, 누르면 어디로 가고, 비어 있거나 실패하면 무엇이 보이는지」를 먼저 적어요. 색과 모양은 나중에 얼마든지 바꿀 수 있지만, 흐름이 틀리면 화면 전체를 다시 짜야 하거든요.

중간 길도 있어요

꼭 둘 중 하나를 고를 필요는 없어요. 저는 이렇게 섞어 쓸 때가 많아요.

태블릿과 격자 머리 캐릭터가 반은 손 스케치, 반은 완성 화면인 카드를 함께 든 장면
핵심 화면 몇 장만 먼저 그리는 중간 길도 있어요

돈과 역할이 얽힌 핵심 흐름만 먼저 그리고, 나머지는 만들면서 정해요. 예를 들어 예약 서비스라면 「예약하고 결제하고 취소하는 흐름」만 화면설계로 단단히 잡고, 공지사항이나 자주 묻는 질문 같은 화면은 바로 만들어요.

이렇게 하면 그리는 시간은 줄이면서, 고치는 값이 비싼 곳은 지킬 수 있어요. 플랜디의 화면설계도 처음부터 모든 화면을 다 그리라고 하지 않고, 핵심 흐름부터 잡도록 순서를 두었어요.

결국 화면설계를 할지 말지는 취향이 아니라 계산이에요. 그리는 시간과 고치는 값을 나란히 놓고 보면 답이 나와요.

정리

  1. 화면설계가 먼저인지는 「잘못 만들었을 때 고치는 값이 비싼가」로 갈려요.
  2. 혼자 쓰는 작은 시험작은 바로 만들고, 역할·돈·외주가 얽히면 먼저 그리세요.
  3. 헷갈리면 돈과 역할이 얽힌 핵심 흐름만 먼저 그리는 중간 길을 택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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