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차 기획자가 AI로 직접 만들며 바뀐 일하는 순서
기획서를 넘기고 결과를 기다리던 기획자가, 이제는 AI와 함께 직접 만들어요. 일이 빨라진 것보다 더 크게 바뀐 건 일하는 순서였어요. 플랜디가 일하는 방식이 왜 지금 모양이 됐는지, 25년차 기획자의 시선으로 이야기해요.

저는 25년 동안 서비스 기획을 했어요.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웹과 앱의 화면을 그리고 기획서를 썼어요. 그 시절 제 일은 기획서를 넘기는 데서 끝났어요. 만드는 건 디자이너와 개발자의 몫이었고, 저는 결과를 기다렸어요.
지금은 달라요. AI와 함께 제가 직접 만들어요. 플랜디도 그렇게 만들었어요.
많은 분들이 「훨씬 빨라졌겠네요」라고 하세요. 맞아요. 그런데 더 크게 바뀐 건 속도가 아니라 일하는 순서였어요.
예전 순서: 다 정하고, 넘기고, 기다리기
예전에는 만드는 비용이 비쌌어요. 한 번 개발에 들어가면 되돌리기 어려웠죠. 그래서 기획 단계에서 최대한 다 정하려고 했어요.

두꺼운 기획서를 쓰고, 회의를 몇 번씩 하고, 모두가 동의한 뒤에야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몇 주 뒤에 결과를 봤어요. 그때 「이게 아닌데」 싶어도 고치려면 또 몇 주가 필요했어요.
이 순서는 그 시절에는 합리적이었어요. 만드는 게 비쌌으니까, 생각을 앞에 몰아서 하는 게 맞았어요.
다만 그 방식에는 대가가 있었어요. 생각이 앞에 몰려 있다 보니, 실제 손님의 반응을 보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어요. 기획서가 완벽해질수록 출시는 늦어졌고, 출시한 뒤에야 처음 가정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되는 일도 있었어요.
지금 순서: 뼈대를 정하고, 작게 만들고, 바로 보기
AI와 함께 만들면서 만드는 비용이 크게 내려갔어요. 그러자 순서가 이렇게 바뀌었어요.

- 무엇을 왜 만드는지 먼저 정해요. 누구를 위한 서비스인지, 첫 손님이 무엇을 하면 성공인지요.
- 화면 지도로 뼈대를 그려요. 어떤 화면이 있고, 누가 들어오고, 어떻게 이어지는지요.
- 핵심 흐름 하나만 화면설계를 하고 바로 만들어요.
- 직접 눌러 보고 다음 판단을 해요. 맞으면 넓히고, 아니면 뼈대로 돌아가요.
달라진 건 「다 정하고 만들기」가 「뼈대만 정하고 만들면서 정하기」로 바뀐 거예요. 만들어 보고 판단하는 고리가 몇 주에서 몇 시간으로 짧아졌어요.
다 정하고 만드는 대신, 뼈대만 정하고 만들면서 정해요
이 순서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4번이에요. 예전에는 기획서 속 화면이 실제로 어떻게 느껴질지 상상만 했어요. 지금은 바로 눌러 볼 수 있어요. 눌러 보면 문서로는 보이지 않던 어색함이 금방 드러나요. 버튼이 너무 멀다거나, 한 단계가 쓸데없이 길다거나요.
그런데 뼈대는 더 중요해졌어요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게 있어요. 만들기가 쉬워졌으니 기획은 덜 해도 된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제 경험은 정반대예요.

만드는 속도가 빨라지면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속도도 같이 빨라져요. 뼈대 없이 AI에게 계속 요청하면, 하루 만에 화면이 수십 장 생기지만 서로 이어지지 않아요. 역할도 섞이고, 같은 기능이 두 번 만들어져요.
만드는 게 싸질수록, 무엇을 만들지 정하는 일의 값은 올라가요. 그래서 저는 예전보다 기획에 쓰는 시간을 줄이지 않았어요. 대신 문서를 꾸미는 시간을 줄이고, 판단하는 시간을 늘렸어요.
기획자로서의 역할도 조금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남이 만들 수 있도록 설명하는 사람이었다면, 지금은 만들면서 판단하는 사람이에요. 설명에 쓰던 힘을 판단에 쓰니, 결과물이 손님에게 더 가까워졌다고 느껴요.
이 순서가 플랜디가 됐어요
이 순서를 몇 번 반복하다 보니 깨달은 게 있어요. 제가 25년 동안 머릿속으로 하던 질문들을, 기획을 해 본 적 없는 분들도 순서대로 따라올 수 있게 만들 수 있겠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플랜디는 세 단계로 일해요. 아이디어 인터뷰에서 무엇을 왜 만드는지 정하고, 화면 지도(IA)로 뼈대를 그리고, 화면설계로 핵심 흐름을 잡아요. 위에서 말한 제 일하는 순서를 그대로 옮긴 거예요.
각 단계에서 AI가 질문하고 초안을 만들어요. 하지만 고르고 버리는 건 대표님이에요. 저는 그게 맞는 역할 분담이라고 생각해요. 서비스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판단하고, 반복되는 정리는 AI가 맡는 거죠.
직접 만들어 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그 과정을 강의로도 풀어 두었어요. 기획부터 출시까지, 제가 실제로 일하는 순서 그대로예요.
정리
- AI로 직접 만들면서 바뀐 건 속도보다 일하는 순서였어요.
- 다 정하고 넘기던 방식에서, 뼈대만 정하고 만들면서 판단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어요.
- 만드는 게 싸질수록 무엇을 만들지 정하는 기획의 값은 오히려 올라가요.
